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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2-26 10:51
매일경제 2017-06-12 (‘사리원’상표권 재판 이상한 판결)
 글쓴이 : 사리원
조회 : 413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7&no=390986 [144]
‘사리원’ 상표권 재판 이상한 판결 법원 ‘地名 상표금지’ 원칙 무시…특혜 논란


 
노승욱 기자
입력 : 2017.06.12 09:54:33

사진설명1992년부터 ‘사리원’ 상호를 써온 사리원불고기(아래)가 1996년 상표 출원한 사리원면옥(위)과의 소송에서 패소하고 상표사용금지 가처분 신청도 받아들여져 간판을 바꿔 달았다. 사리원불고기는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다.

“불고기는 고구려 사람들이 즐겨 먹던 맥적에서 시작됐습니다.” (주방장)

“그렇게 오랜 음식이 아직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니 놀랍습니다!” (고객)

“이 정성만으로도 이 집 불고기 맛을 짐작할 수 있겠어요.” (고객)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 나오는 대화다. 만화 속 국내 대표 불고깃집으로 소개된 가게는 ‘사리원불고기’. 외할머니가 고향인 황해도 사리원식 불고기를 팔다가 1992년 외손자인 나성윤 대표에게 물려줬다. 나 대표는 전국에 8개 분점을 내고 20년 넘게 가업을 이어왔다.


지난 2012년 맛집 모임 ‘식객촌’에서 입점 제의도 받았지만 거절하고 독립 운영을 해왔다.

그러던 2015년 8월, 나 대표는 뜻밖의 우편물을 받았다. “사리원불고기가 상표권을 침해했으니 가게 이름을 바꾸라”는 내용증명이었다. 보낸 이는 대전에서 ‘사리원면옥’이란 상호로 냉면집을 경영하는 김래현 ㈜사리원 대표. 알고 보니 그도 증조할머니가 1951년부터 운영해온 가게를 물려받았다. 단, 차이가 있다면 사리원면옥은 지난 1996년 특허청에 상표 출원을 마쳤다는 것과 지난해 식객촌에 입점했다는 것. 만화 ‘식객’에 나온 맛집을 모아놓은 식객촌에 엉뚱한 가게가 들어간 것도 놀라웠지만, 상표 출원 4년 전인 1992년부터 20년 넘게 써온 ‘사리원불고기’ 간판을 이제 와서 내리라는 요구는 더 황당했다.

게다가 나 대표는 1992년 특허청에 ‘사리원불고기’를 상표 출원하려다 포기한 적이 있다. “황해북도 사리원시(市)는 지명(地名)이어서 상표법 6조 1항 4호(현저한 지리적 명칭, 그 약어 또는 지도만으로 된 표장은 상표 등록이 불가능하다)에 의거, 상표 출원이 안 된다”며 퇴짜 맞은 판례가 1988년에 이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4년 뒤에 김 대표가 같은 ‘사리원’으로 상표 출원에 성공하고 독점권까지 행사하려 한 것이다. 이에 나 대표는 “사리원이란 명칭은 독점할 수 없다”며 특허심판을 청구했다.

현재까지 진행된 재판 결과는 1심과 2심 모두 사리원면옥의 승리. 나 대표는 수긍할 수 없어 대법원에 상고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특허법원에 ‘상호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신청했고, 특허법원은 이마저도 받아들였다. 때문에 현재 사리원불고기는 전국 9개 매장에서 ‘사리’, 또는 ‘사리현’ 등의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영업을 하는 신세가 됐다.

법원에서 가장 쟁점이 된 부분은 사리원이 특허법상 상표등록을 금지한 ‘현저한 지명’에 해당하는가 여부다. 이와 관련한 특허청 상표심사 기준의 설명은 이렇다.

“제도의 취지 : 현저한 지리적 명칭은 그 지역주민의 상호로 많이 사용되고 있어, 이런 지리적 명칭을 등록시켜준다면 해당 지역에서의 자유 사용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규모 이상이나 널리 알려진 지리적 명칭에 대해서는 특정인에게 독점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다.”

이어 적용 요건 첫째 항목에서 “현저한 지리적 명칭과 그 약어라 함은 국가명, 국내의 특별시, 광역시 또는 도의 명칭, 특별시·광역시·도의 시·군·구의 명칭, 저명한 외국의 수도명, 대도시명, 주 또는 이에 상당하는 행정구역의 명칭 그리고 현저하게 알려진 국내외의 고적지, 관광지, 번화가 등의 명칭 등과 이들의 약칭을 말한다”고 규정한다. 나 대표는 이를 근거로 “황해북도 사리원시는 현저한 지명에 해당해 상표등록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사리원을 식당 상호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 다수 존재하고, 사리원 출신으로 월남한 사람들과 그 자손들의 수가 약 300만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사리원을 특정인에게 독점시켜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 대표는 “사리원이 우리 국민에게 생소한 북한 지명이므로 ‘현저한’ 지명이라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법원에서 “사리원은 광복 이후 실질적으로 남북 분단 상태에 놓여 있던 1947년 북한 정부에 의해 시로 승격됐고, 한국전쟁 이후 상호 교류가 완전히 차단된 1954년 황해북도 도청 소재지로 지정됐다. 또 현재는 남북 분단 이후 이미 70여년이 경과한 시점이다. 이런 사정들에 비춰보면 ‘사리원’은 현재 일반 수요자에게 즉각적인 지리적 감각을 전달하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사리원이란 지명의 인지도를 확인하기 위해 각자 여론조사도 실시했다. 그 결과 “사리원을 지명으로 알고 있다”는 응답이 나 대표 측 조사에선 26.8%, 김 대표 측 조사에선 19.2%로 나왔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사진설명사리원이 지명이란 이유로 상표 출원 거절 사례가 잇따른 가운데 사리원면옥만 허용되면서 특혜 논란이 인다. 대전 사리원면옥 본점과 특허법원 거리는 1㎞ 남짓, 도보 16분에 불과하다.

이를 종합한 특허법원의 결론은 “사리원을 ‘현저한 지명’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지난 5월 12일 선고된 특허법원 제4부(재판장 이정석) 판결문에 따르면 “특정 지명이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상표심사기준에 따라 획일적으로 판단될 수 없고 국내 수요자나 거래자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원고(나 대표) 스스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조차도 일반 수요자의 인지도가 낮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사리원’이 지리적 명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을 놓고 법조계와 여론조사 업계에선 반론이 만만찮다. ‘현저한 지명’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골자다.

한 여론조사업체 임원은 “인지도 28%면 국민 3~4명 중 1명은 안다는 얘기인데, 국민 절반이 수도권에 모여 사는 상황에서 이 정도면 적잖은 수준으로 보인다. 남한 지명 중에도 국민 다수가 모르는 지역이 많다. ‘인지도가 낮다’는 법원의 판단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명진 법무법인 긍정 변호사는 사리원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는 건 반대로 말해 사리원면옥이 지난 20여년간 해당 상호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얘기도 된다. 이는 ‘사리원’이란 상표에 대해 점용성과 주지성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여론조사 결과를 떠나서도 시·군·구 단위 지명에 대한 상표등록을 금지한 상표심사기준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논란이 된 법원 판결이 대형 로펌과 지연(地緣)에 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나 대표 측이 1심과 2심을 모두 개인 변호사와 변리사에게 의뢰한 반면, 김 대표 측은 국내 굴지의 로펌인 김앤장과 태평양에 소송을 맡겼다. 또 특허법원은 대전에서 70년 넘게 운영해온 사리원면옥 본점과 1㎞ 남짓 떨어져 있어 도보로 16분밖에 안 걸린다(네이버지도 기준). 한 특허법인 관계자는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1988년 이후 ‘사리원’에 대한 상표등록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사례가 15건, 김 대표가 상표등록을 한 1996년 이전 사례도 5건에 달한다. 그럼에도 사리원면옥만 유일하게 상표등록이 허락된 건 납득하기 힘들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나 대표 측은 상고심에선 법무법인 광장에 의뢰해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대법원 판결은 빠르면 연내, 늦으면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떡볶이 프랜차이즈 ‘아딸’도 상표권 분쟁 

창업자 부부 이혼에 상표권도 갈라서…점주들만 피해

 최근 상표권 분쟁에 휘말린 건 사리원불고기뿐 아니다. 떡볶이 프랜차이즈 ‘아딸’도 그렇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63부는 ‘아딸떡볶이’ 창업자 이경수 전 대표의 부인 이현경 씨가 본사 ‘오투스페이스’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금지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현경 씨는 당초 오투스페이스의 지분 30%를 갖고 있던 동업자였으나 이경수 전 대표와 이혼 소송 후 ‘아딸’이란 별도의 회사를 차려 자신의 명의로 돼 있는 ‘아딸’의 상표권 권리를 주장했다. 오투스페이스 측은 이현경 씨가 명의 신탁자일 뿐 상표 권리자는 아니라며 특허법원에 등록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투스페이스는 항소할 계획이지만 일단 지난 4월 ‘감탄떡볶이’로 상호를 변경했다. 문제는 560여개 점포에 달하는 가맹점주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것.

가맹점주는 인지도 있는 브랜드를 포기하고 상호를 변경하든지,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이현경 씨 측과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든지 택일해야 한다. 오투스페이스 관계자는 “지난 10년 넘게 아딸 브랜드를 알리는 데 쓴 광고비만 150억원이 넘는다. 그간의 공헌도와 상표권자와의 특수관계를 고려해 상표권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항변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12호 (2017.06.14~06.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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